바이브코딩의 유행이 지나고, 우린 어떻게 성장해야 하는가

July 20, 2025

요즘 주변에서 '바이브코딩'이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AI 도구들을 활용해서 일단 돌아가는 코드를 빠르게 만들고, 세부적인 것들은 나중에 생각하자는 접근 방식이다. Cursor에서 몇 줄 프롬프트를 던지면 완성도 높은 컴포넌트가 나오고, Claude에게 "이런 기능을 만들어줘"라고 하면 금세 작동하는 코드를 받을 수 있다. 확실히 개발 속도는 놀라울 정도로 빨라졌다.

처음에는 나도 이런 변화가 신기하고 즐거웠다. 예전에는 몇 시간 씩 고민하던 로직을 몇 분 만에 해결할 수 있고, 보일러플레이트 코드는 거의 작성할 필요가 없어졌다. 프로토타이핑 속도는 말할 것도 없고, 아이디어를 바로 구현해볼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뭔가 놓치고 있는 것들이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가장 큰 문제는 코드를 '이해'하지 못하고 '사용'만 한다는 점이다. AI가 생성한 코드가 왜 그렇게 작성되었는지, 어떤 트레이드오프를 가지고 있는지 깊이 고민하지 않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아졌다. 당장은 작동하니까 괜찮지만, 나중에 문제가 생겼을 때나 요구사항이 바뀌었을 때 대응하기 어려워진다.

// AI가 생성한 코드는 대부분 작동한다
// 하지만 이 코드의 시간복잡도는? 메모리 사용량은?
// 엣지케이스 처리는 어떻게 되어있을까?
const processData = (items) => {
  return items
    .filter(item => item.active)
    .map(item => ({ ...item, processed: true }))
    .sort((a, b) => a.priority - b.priority);
}

또 다른 문제는 문제 해결 능력의 퇴화다. AI 도구가 없는 환경에서 코딩을 해야 할 때, 예전만큼 자신 있게 문제에 접근하기 어려워졌다. 알고리즘을 직접 구현하거나, 복잡한 로직을 처음부터 설계하는 능력이 점점 약해지는 느낌이다. 도구에 의존하다 보니 기본기가 흔들리고 있는 것 같다.

그렇다고 AI 도구를 사용하지 말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이미 개발 생태계의 일부가 되었고, 앞으로 더 발전할 기술이다. 문제는 도구를 어떻게 활용하느냐다. AI를 단순한 '코드 생성기'로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학습과 성장의 파트너'로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AI가 생성한 코드를 받았을 때, 그 코드를 그대로 복사해서 사용하는 대신 한 줄씩 읽어보고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이 부분은 왜 이렇게 작성했을까?", "다른 방법은 없을까?", "성능 상 문제는 없을까?" 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진다. 때로는 AI가 제안한 코드를 직접 다시 작성해보기도 한다.

또한 AI 도구가 해결하기 어려운 영역에 더 집중하려고 한다. 시스템 아키텍처 설계, 사용자 경험 개선, 팀 커뮤니케이션, 코드 리뷰 문화 구축 같은 것들이다. 이런 영역들은 여전히 인간의 판단과 경험이 중요하고, AI가 대체하기 어려운 부분들이다.

기초 지식에 대한 학습도 소홀히 하지 않으려고 한다. 자료구조와 알고리즘은 여전히 중요하고, 컴퓨터 과학의 기본 개념들을 이해하는 것은 더 나은 개발자가 되는 데 필수적이다. AI 도구가 아무리 발전해도, 문제를 정확히 정의하고 해결 방향을 제시하는 것은 사람의 몫이다.

결국 바이브코딩의 시대에서 진정한 성장은 AI와 협업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도구에 휘둘리지 않으면서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빠른 개발 속도와 코드 품질 사이의 균형을 찾아가는 것이다. AI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명확히 구분하고,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영역에서 더 큰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이 앞으로 개발자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