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Cursor Pro 구독을 해지했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이런 일이 생길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Cursor는 내가 가장 애용하던 개발 도구 중 하나였고, 주변 개발자들에게도 적극 추천했던 서비스였다. 하지만 6월 16일 이후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을 보면서, 더 이상 이 서비스를 신뢰할 수 없다는 판단이 들었다.
처음 Cursor를 알게 된 건 작년 말쯤이었다. AI 코딩 어시스턴트라는 개념 자체가 신선했고, 실제로 써보니 정말 놀라웠다. 단순히 코드 자동완성을 넘어서, 내가 하려는 작업을 이해하고 적절한 코드를 제안해주는 수준이었다. 월 20달러 Pro 플랜으로 '무제한' 사용이 가능하다는 것도 매력적이었다.
그런데 6월 16일, Cursor가 조용히 가격 정책을 바꿨다. Pro 플랜의 '무제한' 사용이 사실은 월 20달러 크레딧 한도로 변경된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중대한 변화를 제대로 공지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많은 사용자들이 갑자기 크레딧이 소진되거나 예상치 못한 추가 요금이 발생하는 것을 발견하고 나서야 변경 사실을 알게 되었다.
Reddit과 각종 커뮤니티는 말 그대로 난리가 났다. "bait and switch"라는 표현이 계속 나왔는데, 실제로 그런 느낌이었다. 사용자들을 '무제한' 플랜으로 끌어모은 다음 갑자기 제한을 걸고 추가 비용을 요구하는 것처럼 보였으니까. 특히 Claude Sonnet을 사용하면 몇 번의 쿼리만으로도 크레딧이 바닥나는 경우가 많았다.
// 이런 간단한 요청도 이제는 크레딧을 계산해가며 써야 한다
// "이 함수를 리팩토링해줘" -> 몇 달러 소모
// "버그를 찾아줘" -> 또 몇 달러 소모
// 하루에 20달러 크레딧이 금세 바닥남
더 화가 난 건 가격 비교였다. Reddit 유저들이 분석한 바에 따르면, Cursor Pro가 Claude Sonnet 3.5 기준으로 225회 사용에 20달러인 반면, GitHub Copilot은 300회 사용에 10달러였다. 같은 기능을 쓰는데 Cursor가 거의 4배나 비싼 셈이었다. 이게 말이 되나?
CEO가 사과문을 올리긴 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커뮤니케이션이 명확하지 않았다"고 하면서 6월 16일부터 7월 4일까지의 예상치 못한 요금에 대해서는 환불해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많은 사용자들이 환불 요청 이메일을 보내도 몇 주 동안 답장이 없었다고 한다. 이런 대응을 보면서 이 회사를 더 이상 신뢰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주변에서도 해지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개발자 커뮤니티에서 "개발자 대탈출"(Developer Exodus)이라는 표현까지 나올 정도였다. Cursor 서브레딧을 보면 정말 참담하다. 한때 열렬한 팬들이었던 사람들이 분노에 찬 글들을 올리고 있다.
가장 아쉬운 건 Cursor 자체는 정말 좋은 도구였다는 점이다. 기술적으로는 여전히 훌륭하고, AI와의 협업 경험도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과 사업을 제대로 운영하는 것은 다른 문제인 것 같다. 이번 사태는 사용자 신뢰를 얼마나 쉽게 잃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가 되었다.
결국 나도 어제 구독을 해지했다. 당분간은 Claude Code나 GitHub Copilot 같은 대안들을 써볼 예정이다. Cursor가 이번 실수를 통해 무언가를 배우고 개선된 모습을 보여준다면 언젠가 다시 돌아갈 수도 있겠지만, 지금으로서는 믿고 쓸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한때 99억 달러의 가치를 인정받았던 회사가 18일 만에 모든 goodwill을 날려버린 사례로 기록될 것 같다. 스타트업들이 배워야 할 교훈이 많은 사건이었다. 사용자와의 소통, 투명한 가격 정책, 그리고 무엇보다 신뢰의 중요성에 대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