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이라는 게 생각보다 어렵다. 퇴근하고 나면 피곤하니까 당연히 쉬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막상 어떻게 쉬어야 할지 모르겠다. 침대에 누워서 폰을 보거나, 컴퓨터 켜서 게임을 하거나, 유튜브를 보거나. 그런데 이런 것들이 진짜 휴식이 되고 있는 건지 의문이 든다.
게임을 할 때를 생각해보자. 분명히 재미있고 스트레스도 풀리는 것 같은데, 몇 시간 하고 나면 눈도 아프고 어깨도 뻐근하다. 특히 경쟁 게임을 하면 오히려 더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도 있다. 랭크 게임에서 지면 화가 나고, 이기면 또 한 판 더 하게 되고. 이게 정말 휴식인가 싶을 때가 많다.
그렇다고 아예 누워서 자려고 하면 또 문제다. 낮에 이미 충분히 잔 날이면 잠이 안 오고, 억지로 누워있으면 머리가 아파온다. 너무 오래 누워있으면 몸이 더 피곤해지는 것도 신기하다. 분명히 쉬고 있는 건데 왜 더 피곤해지는 걸까.
요즘 들어서 진짜 쉬는 게 뭔지 고민하게 된다. 단순히 아무것도 안 하는 게 휴식은 아닌 것 같다. 몸은 쉬고 있는데 머리는 계속 돌아가고 있으니까. 폰을 보면서 무의식적으로 스크롤을 내리고 있을 때, 과연 내가 쉬고 있는 건지 의문이 든다.
가끔 산책을 하면 조금 다른 느낌이다. 별다른 목적 없이 그냥 걷기만 하는데, 머리가 좀 맑아지는 느낌이 든다. 바람도 쐬고 햇볕도 쬐고. 하지만 이것도 매번 하기엔 귀찮고, 날씨가 안 좋으면 하기 어렵다.
독서도 해봤는데, 이것도 애매하다. 재미있는 소설이면 몰입해서 읽게 되는데, 이게 휴식인지 아니면 또 다른 종류의 활동인지 헷갈린다. 기술 서적이나 자기계발서는 아예 공부가 되어버린다. 분명히 좋은 일이지만 휴식은 아닌 느낌.
음악 듣기는 어떨까. 좋아하는 노래를 틀어놓고 가만히 있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하지만 이것도 뭔가 수동적인 느낌이다. 진짜 쉬고 있는 건지, 아니면 그냥 시간을 때우고 있는 건지.
생각해보니 어릴 때는 이런 고민이 없었던 것 같다. 그냥 놀고 싶으면 놀고, 자고 싶으면 자고. 지금은 왜 이렇게 복잡하게 생각하게 됐을까. 어른이 되면서 '효율적으로 쉬어야 한다'는 강박이 생긴 건 아닐까.
아니면 휴식에 대한 기준이 너무 높은 걸까. 완전히 재충전되는 완벽한 휴식을 찾으려고 하다 보니까 오히려 스트레스받는 건 아닐까. 그냥 조금이라도 마음이 편해지면 그것도 휴식이라고 생각하는 게 나을 것 같기도 하고.
요즘은 아예 의식적으로 '아무것도 안 하는 시간'을 만들려고 한다. 폰도 치우고, 음악도 끄고, 그냥 가만히 있어보기. 처음에는 답답했는데 익숙해지니까 나쁘지 않다. 머릿속 잡생각들이 정리되는 느낌도 들고.
결국 잘 쉬는 법이라는 게 정해진 공식은 없는 것 같다. 사람마다 다르고, 상황마다 다르고. 중요한 건 내가 정말 쉬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 것. 남들이 뭐라고 하든 상관없이, 내가 편하고 재충전되는 방법을 찾는 게 답인 것 같다. 완벽한 휴식을 찾으려고 하기보다는, 지금 이 순간 조금이라도 마음이 편해지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