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달 동안 gene이라는 개인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혼자 개발하는 것'의 의미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되었다. 지금까지는 주로 팀 환경에서 개발해왔는데, 혼자 모든 것을 결정하고 구현하는 경험은 생각보다 복잡하고 깊은 감정들을 불러일으켰다.
가장 먼저 느낀 건 자유로움이었다. 기술 스택을 선택할 때 다른 사람의 의견을 구하거나 설득할 필요가 없다. "이번엔 Svelte를 써볼까?" "아니면 그냥 바닐라 JS로 가볍게?" 이런 고민을 혼자서 하고, 혼자서 결정한다. 아키텍처도, 코딩 스타일도, 커밋 메시지 컨벤션도 모든 게 내 마음대로다.
// 팀에서는 이런 코드를 올리기 전에 고민했을 텐데
// 혼자일 때는 그냥 작동하면 OK
function quickFix() {
// TODO: 나중에 리팩토링 하자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return "works for now";
}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 자유로움이 양날의 검이라는 걸 깨달았다. 아무도 내 코드를 리뷰해주지 않으니까 실수를 발견하기 어렵다. 팀에서 일할 때는 당연했던 "이 부분 다른 방법은 없을까요?" 같은 질문들이 사라지니까, 첫 번째로 떠오른 해결책을 그대로 구현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특히 막히는 문제가 생겼을 때 외로움을 많이 느꼈다. 팀에서 일할 때는 "이거 어떻게 하는 거야?"라고 옆 사람에게 물어볼 수 있었는데, 혼자일 때는 구글과 스택오버플로우가 유일한 동료다. 가끔은 문제를 해결한 후에도 "이게 정말 맞는 방법일까?" 하는 의구심이 남는다.
그런데 이런 불안감이 오히려 더 신중하게 만들어주기도 했다. 코드를 작성하기 전에 여러 번 생각해보게 되고, 문서를 더 꼼꼼히 읽게 되었다. 팀에서 일할 때는 "나중에 물어보면 되지" 했던 것들을 혼자서 끝까지 파고들게 되었다.
의사결정의 책임도 온전히 혼자 져야 한다는 점이 무겁다. 팀에서는 "우리가 이렇게 결정했으니까"라고 할 수 있었는데, 혼자일 때는 모든 선택의 결과를 혼자 감당해야 한다. 잘못된 기술 선택으로 시간을 낭비해도, 버그로 인해 데이터가 날아가도, 모든 게 내 책임이다.
하지만 이런 책임감이 더 신중한 개발자로 만들어주는 것 같기도 하다. 매 순간의 결정이 중요하다는 걸 체감하게 되니까, 대충 넘어가는 일이 줄어들었다. 코드 한 줄을 쓸 때도 "이게 나중에 문제가 될까?" 하고 한 번 더 생각하게 된다.
혼자 개발할 때의 또 다른 장점은 완벽하지 않아도 일단 만들어보고, 점진적으로 개선해나가는 과정이 팀보다 훨씬 자유롭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볼 필요 없이 "일단 돌아가게 만들고 나중에 예쁘게 하자"는 접근이 가능하다.
// 혼자 개발할 때의 진화 과정
// v1: 일단 작동하게
const getData = () => fetch('/api/data').then(r => r.json());
// v2: 에러 처리 추가
const getData = async () => {
try {
const response = await fetch('/api/data');
return await response.json();
} catch (error) {
console.error('Failed to fetch data:', error);
return null;
}
};
// v3: 캐싱, 재시도 로직 등등... 천천히
외로움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른 방법들을 찾게 되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되고, 오픈소스 프로젝트를 둘러보며 다른 개발자들의 코드에서 배우려고 한다. 때로는 AI에게 코드를 설명해달라고 요청하면서 다른 관점을 얻으려고 노력한다.
혼자 개발하면서 가장 의미 있게 느낀 건 온전한 '내 것'을 만든다는 성취감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내가 만든 것, 내가 내린 모든 결정들이 쌓여서 하나의 제품이 된다는 게 뿌듯하다. 버그가 생겨도 내 버그고, 기능이 잘 작동해도 내 기능이다.
물론 혼자 개발하는 게 모든 상황에서 좋다는 건 아니다. 복잡한 시스템이나 큰 프로젝트에서는 팀워크가 필수적이고, 다양한 관점과 경험이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낸다. 하지만 적어도 한 번쯤은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서 무언가를 만들어보는 경험을 해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결국 혼자 개발하는 것은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인 것 같다. 내가 정말로 어떤 개발자인지, 어떤 선택을 하는 사람인지, 어떤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를 알아가는 과정이다. 팀에서는 감춰졌던 나만의 개발 철학과 스타일을 발견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이기도 하다.
gene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많은 걸 배우고 있다. 기술적인 것들뿐만 아니라, 개발자로서의 나 자신에 대해서도. 완벽하지 않지만 조금씩 성장해나가는 이 과정 자체가 의미깊고 소중하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