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비사비: 개발자가 바라본 불완전함의 아름다움

June 12, 2025

와비사비(侘寂)라는 일본의 철학을 처음 접했을 때는 단순히 '불완전한 것도 아름답다'는 정도로만 이해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 철학이 얼마나 깊고 실용적인지 깨닫게 되었다. 특히 개발자로 일하면서 이 철학의 진가를 더욱 느끼고 있다.

개발 초창기에는 모든 것을 완벽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다. 코드 한 줄 한 줄이 완벽해야 하고, 버그는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런 완벽주의는 오히려 나를 지치게 만들었고, 정작 중요한 것들을 놓치게 했다.

일본어를 공부하면서 와비사비를 더 깊이 알게 되었다. 언어 학습 자체가 끊임없는 실수와 교정의 과정이었는데, 이것이 와비사비의 핵심과 맞닿아 있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 그 과정 자체에 의미가 있다는 것을 배웠다.

지금은 개발할 때도 다른 접근을 한다. 우선 작동하는 코드를 만들고, 그 다음에 점진적으로 개선해나간다. 버그나 기술적 부채도 프로젝트의 자연스러운 일부로 받아들인다. 이런 것들을 통해 더 나은 해결책을 찾아가는 과정이 오히려 즐겁다.

와비사비는 단순히 개발 방법론이 아니라 삶의 철학이 되었다. 코드에서 완벽함을 추구하기보다는 지속적인 개선과 학습에 집중하게 되었다. 불완전함을 두려워하지 않고, 그것을 성장의 기회로 본다.

결국 와비사비는 '완성'이라는 개념에서 벗어나 '과정'에 집중하게 만들었다. 개발자로서, 그리고 한 사람으로서 매 순간이 불완전하지만, 바로 그 불완전함이 나를 계속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이다.